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별사탕이나 혹은 풍선 같은 것을 만들지만
어둠 속에서는 금세 사라지고 맙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는지요 하나님
바람개비를 든 채 잠들어버린 유원지의 아이를 말입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실 때
당신의 손으로 만드신 저 은빛 날개를 펴고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를 때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작은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발톱처럼 무디어진 가슴을 찢어야 하고
코피처럼 진한 후회와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데
하! 하나님은 어떻게 그 많은 별들을
축복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요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지금 이렇게 엎드려 기도하는 까닭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지도 다 셀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세요 하나님
원컨대 아주 작고 작은 모래알만한 별 하나만이라도
만들 수 있는 그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하늘의 별을 만들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저 이 가슴 속 깜깜한 하늘에
반딧불만한 작은 별 하나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신다면
내 가난한 말들을 모두 당신의 제단에 바치겠나이다
향기로운 초원에서 기른 순수한 새끼양 같은
나의 기도를 바치겠나이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 묻은 이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 손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도 풍금소리를 울리게 하는
한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딸의 죽음앞에서 슬퍼하는 아버지-
지나간 신문 기사 2012년 3월 12일자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장관의 딸로 그를 ‘지성(知性)에서 영성(靈性)의 세계’로 인도한 이민아(사진)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강북삼성병원에서 암 치료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3세. 유가족으로 남편과 2남 1녀가 있다.
변 호사이기도 한 이 목사는 위암 말기로 올 초 시한부 선고를 받았으나 기적적으로 상태가 호전돼 각종 간증 집회에 강사로 나섰다. 그러다 두 달여 전부터 복수가 차오르는 등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일체 활동을 중단하고 병원치료를 받다 이날 결국 소천 받았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조기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미국에 건너간 이 목사는 LA지역 검사를 역임했던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었으며 결혼과 이혼, 암 투병, 실명, 첫 아이의 사망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92년 세례를 받은 그녀는 2009년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었다.
이 목사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부친 이 전 장관을 영성의 세계로 인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전 장관은 2007년 7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세례를 받으며 “딸의 믿음이 나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7월 펴낸 신앙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을 통해서 “예수님이 나를 사랑했던 그 사랑으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교회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후 이 목사가 인도하는 집회 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헌신을 다짐했다. 이 목사는 최근 두 번째 간증집 ‘땅에서 하늘처럼’(시냇가에심은나무)에서 하늘의 소망을 갈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이 책은 유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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