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새해에 드리는 기도-박두진 <나 여기에 있나이다 주여 중>

감사하며 사는 삶 2018. 11. 9. 13:13

푸른 하늘의 태양을 우러르듯
향기로운 풀밭의 적은 풀꽃을 굽어보듯
그렇게 당신을 대하고
모두를 대할 수 있는 맑은 마음을 주소서

모랫벌이 불타듯 마음이 팍팍할 때
새 풀을 싹 틔우는 봄 숲의 비처럼
그렇게 신생(新生)하는 사상(思想)의 비를 내리소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사랑하고,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사람들도 사랑으로 사랑하고,
노함에는 너그러움
슬픔에는 슬픔
즐거움엔 즐거움으로 위로를 줄 수 있는
당신의 피와 같은 뜨거운 피흘림이
솟아나 용솟음 쳐 불타보게 하소서.

그리고 또 우리에게
공포에는 안심, 속박에는 자유를,
굶주림엔 배부름을, 추위에는 따스함을
이별에는 만남을, 외로움엔 위로를, 전쟁에는 평화를 주시되
아기들 잘 자라고, 젊은이는 씩씩하고, 늙은이는 평강하고
이웃들은 서로 믿고 다정하게 하소서.

무엇보다 우리들은
그 불멸하고 숭고한 사랑과 진리와 아름다움에 대한 신념에
확고하고 불타올라
그것을 거역하는 일체의 악(惡)에 대항 항거에
용감하게 하소서, 열렬하게 하소서.

무엇보다 올해에는
모든 일이 우리에게 정상(正常)하게 하소서.
마땅히 있을 것이 있고, 일어날 것이 일어나고,
될 것만이 되고, 이룰 것만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슬프고 괴롭고 처절하고 아픈 일
끔찍하고 통분한 일이 안 일어나게 하소서.
우리들로는 어쩌지 못할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박두진 신앙시집 <나 여기에 있나이다 주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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