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마지막 기도 -이해인- 이제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고 갈 것도 없고 가져 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땅 밑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기보다 하늘에 숨어가는 한 송이의 흰 구름이고 싶은 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 숨이 멎어가는 마.. 기도시 모음 2018.08.17
35. 내 기도의 말은 -이해인- 수화기 들고 긴 말 안 해도 금방 마음이 통하는 연인들의 통화처럼 너무 오래된 내 기도의 말은 단순하고 따스하다 뜨겁지 않아도 두렵지 않다 끊고 나면 늘 아쉬움이 가슴에 남는 통화처럼 일생을 되풀이하는 내 기도의 말 또한 부족하고 안타까운 하나의 그리움일 뿐 끝없는 목마름일 .. 기도시 모음 2018.08.17
34. 나의 첫 기도 -이해인- 누워서도 하늘과 숲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의 작은 수방을 사랑한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나무들의 기침소리가 거침없이 들어와 나를 흔들어 깨우는 새벽 나의 가슴에 풀물이 든다 송진 내음 가득한 솔숲으로 뻗어가는 나의 일상 너무 고요하고 평화스러워 늘상 송구한 마음으로 시작되는 .. 기도시 모음 2018.08.17
33.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말과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기도시 모음 2018.08.17
32. 작은 기도 -이정하-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소서 그리움으로 가슴 아프다면 그 아픔마저 행복하다 생각하게 하소서 그리워할 누가 없는 사람은 아플 가슴마저도 없나니 아파도 나만 아파하게 하소서 둘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 도하더라도 부디 나 한 사람만 아파하게 하소서 간구하노니 이별하고 아파.. 기도시 모음 2018.08.17
31.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 기도시 모음 2018.08.17
30. 아침 기도 -유안진- 아침마다 눈썹 위에 서리 내린 이마를 낮춰 어제처럼 빕니다. 살아봐도 별수없는 세상일지라도 무책이 상책인 세상일지라도 아주 등 돌리지 않고 반만 등 돌려 군침도 삼켜가며 그래서 더러 용서도 빌어가며 하늘로 머리 둔 이유도 잊지 않아 가며 신도 천사도 아닌 사람으로 가장 사람.. 기도시 모음 2018.08.17
29. 여덟 가지의 기도 -원태연- 그 사람이 바라보게 되는 곳에 아름다움만을 비춰 주시고 쓰게 되는 편지에 거짓을 담을 일 없게끔 해주시고 넘치는 행복 다 담을 수 있도록 큰마음을 만들어 주시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아픈 일들 하룻밤의 꿈처럼 지울 수 있게 해주시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흘리던 눈물 앞으로도 계속 .. 기도시 모음 2018.08.17
28. 아침의 기도 -용혜원- 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은 이 땅 어느 곳에나 비추이게 하소서. 손등에 햇살을 받으며 봄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병상의 아픔에도 젊은이들의 터질듯한 벅찬 가슴 외로운 노인의 얼굴에도 희망과 꿈이 되게 하소서. 또 다시 우리에게 허락되는 365일의 삶의 주머니 속 봄과 여름 그리.. 기도시 모음 2018.08.17
27. 사랑을 위한 기도 -심성보-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오직 순백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원하노니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바람이 일면 그 사람의 따뜻한 옷이 되고 싶고 비가 오면 그 사람의 작은 우산이 되고 싶나이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한마음으로 사랑하노니 사랑하게 해주소.. 기도시 모음 2018.08.17